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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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9.10.01 09:00

죽어가는 전화

조회 수 307 추천 수 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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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전화



이월란(09/09/28)



전화도 귀했던 시절, 공중전화 박스 속엔
<용건만 간단히>라는 표어가 붙어 있었다
세상이 변했어도 용건만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난이런사람이야알아서기어 하는 그룹과
세상에그랬대잖아 그룹의, 막상막하의 대결
지금도 맹훈련 중이지만 기는 연습은 역시 어렵다
직립의 동물은 어디서나 고개가 빳빳이 들린다
신나는 가십과 호구조사서를 들이미는 전화는
내게 영원한 결번이다
간단한 용건만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누구나 똥파리의 기질이 있다
구린내가 나는 쪽으로 몰려들기 마련
사람냄새가 나지 않으니 사람들이 날아들리 없다
가십에 귀가 어두운 방관자는 짐승만도 못했다
강아지들의 가십에만 솔깃한 걸 보면
나는 분명 개같은 여자였다


가슴의 용건을 어떻게 전화로 말하나
눈물의 용건을 어떻게 전화로 말하나
전화가 죽어가고 있다
입술의 용건이 없는 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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