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86
어제:
183
전체:
5,021,270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09.10.21 12:46

할로윈

조회 수 309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할로윈



이월란(09/10/21)
  


내장을 꺼내들고 시가행진 중인 아이들 위로
오렌지 빛 호박이 고명처럼 날아다녀요
마녀와 동거하는 애기자궁을 키우며 사는 아이들은
헐크로 변장한 옷으로 밤을 찢어 펄럭이며 뛰어다녀요
셸리마저 죽이려드는 프랑켄슈타인이 북극해의 빙하로 굳기 전에
캔디 캔디를 주세요 마약이 섞이지 않은
관능의 식용물감에 담그지 않은
순결하고도 순진한 캔디를 주세요
고막이 터지지 않는 건 마시멜로 같은 켈트족의 전설에
첨벙 뛰어들기 때문이죠
신데렐라의 분칠한 인형들이 웃음에 걸려 넘어지고 일어설 때
오즈의 마법사가 만든 캔디를 주세요
울지 않을 게요 피딱지 말라가는 뱀파이어의 목에 걸린
백혈의 통증으로 마비된 캔디를 주세요
당의정 같은 악의 꽃이 그려진 캔디를 먹고도
마지막 가을의 하루만이라도 낙엽처럼 구르는
우리는 쫓겨난 계절만 파먹고 사는 비렁뱅이 피조물
잭-오-랜턴의 불꽃 속에 박힌 빛의 이빨로 어둠을 부수고
동심의 그림자 속에 웃고 있는 요귀들을 섬겨요
오늘은 불구의 마음들이 육신을 입는 밤
오늘은 불구의 육신들이 온전하게 외출하는 밤
꼬마악령의 무덤 같은 볼록 꽃밭 위로 만삭의 산통이 지나가면
어둠의 목을 조이는 알록달록한 손들 사이로
명랑하게 본뜬 죄성
Trick or Treat! Trick or Treat!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1 하얀 침묵 이월란 2008.05.08 344
90 하지(夏至) 이월란 2009.08.06 280
89 한 마음 이월란 2010.10.29 364
88 한 수 위 이월란 2010.07.19 534
87 제1시집 한글교실 이월란 2008.05.07 441
86 견공 시리즈 한숨동지(견공시리즈 37) 이월란 2009.10.08 309
85 한파 이월란 2010.12.26 385
84 제2시집 할러데이 편지 이월란 2008.08.31 257
» 제3시집 할로윈 이월란 2009.10.21 309
82 할로윈 나비 이월란 2010.11.24 395
81 할머니의 시간 이월란 2009.04.21 300
80 함박눈 이월란 2008.12.17 299
79 제3시집 함정이 없다 이월란 2010.11.24 451
78 합승 이월란 2010.05.18 337
77 해동(解凍) 이월란 2009.01.13 308
76 해바라기밭 이월란 2008.05.10 294
75 제1시집 해빙기(解氷期) 이월란 2008.05.09 345
74 해질무렵 이월란 2008.05.09 336
73 해체 이월란 2010.09.06 381
72 해커 이월란 2009.04.22 291
Board Pagination Prev 1 ...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