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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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견 담비(견공시리즈 45)



이월란(09/10/22)



토비 닮은 친구가 인터넷에 떴다
천연 특수사료만 먹고 기네스북에 오른 단카보다 더 작다는 담비
10.5cm 키에 750g 체중인 초미니 담비는
대구 도시철도 1호선 환승역인 반월당역의 명예역장으로 취임했단다
일본의 유명한 고양이 역장 타마를 벤치마킹했다는
담비는 매표소 옆 3평방m의 집무실에서 유니폼에 모자까지 쓰고
재롱떨기, 지하철 역사순시, 부정승객 꾸짖기 등 정규근무를 하고
업무시간이 끝나면 동물병원으로 퇴근한단다
조만간 대구세계애견엑스포의 홍보대사로도 임명될 예정이란다


토비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신나게 얘기했더니
힐끗 보던 토비는 금세 시무룩해졌다
나보다 훨씬 더 귀엽고 이쁘군요, 더 영리하기도 하겠죠
나도 더 작게 태어나든지 아님 무시무시하게 크게 태어나든지
했다면 세상에서 유명해졌을텐데
토비는 신세타령에 자격지심에 넋두리에 하소연에 푸념에
담비같은 강아지가 오면 자길 버릴거냐고
눈물을 또르륵 흘리며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토비야, 행복은 평범한거란다
유명하다는건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닌다는거야
넌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나의 토비란다


너의 눈물자국도 이쁘고
소변만 보면 사타구니 핥아먹는 네 뽀뽀도 달콤하고
더 놀자고 내 손목을 물어 뜯었어도
주인님 침대에 오줌을 싸고 쫓겨날 뻔 했어도
패드 바로 옆에서 응가를 했어도
치킨맛 간식은 죽어라고 먹지 않아 버리게 했어도
갑자기 꺅꺅 짖어 날 놀라게 했어도
같이 영화 보자고 약속해 놓고 엎드려 자기만 했어도
구두 한 짝을 다 씹어 놓았어도
옷단추나 머리띠를 몇 개나 물어 뜯어버렸어도
목욕할 때마다 첨벙첨벙 내 얼굴에 물을 뿌렸어도


그래도 우리 토비가 제일 이쁘다는거야
네가 토비이기 때문이지


토비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내 손등을 핥기만 한다
눈밑의 하얀 털이 자꾸만 붉어지고 있다


(너와 나의 눈부신 감옥
우리 갇혀 있자, 앞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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