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1
어제:
307
전체:
5,024,402

이달의 작가
2009.11.03 12:03

백지 사막

조회 수 378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백지사막



이월란(09/11/01)



모래밭 위에 뜨는 하늘도 바다색이었다 낮에도 별이 뜨는 하늘로 열린 땅이란다 발기된 선인장 가시들이 가슴을 찌르는 누런 모랫길로 사바의 어둠이 신기루처럼 떠다녔다 단봉낙타의 등에 붙은 가슴을 갈라 목을 적실 때마다 차도르를 쓴 예쁜 화냥년의 젖은 사타구니를 만져보아야 했다 가슴 밑에 숨겨둔 꽃값 마저 헤아려 스러질 행간 한 뼘에 유곽 하나 짓고 잠들어야 했다 카라반의 황사 바람을 기다리는 나는 사막에 사는 눈 먼 포주였다 광활한 쓸쓸함의 지분을 사들이며 정착과 박해로 젖고 마르는 땅이었다 무색의 토착민을 침공한 검은 활자들의 난해한 길 위에서 기우제를 지내듯 가슴 깊이 엎드려 우는 사막이었다 잔모래를 한움큼씩 삼키고서야 호흡이 트이는 죽음의 바다에서 타클라마칸의 파도처럼 달려오는 땅이었다 내 것이 아닌 내가 나를 빌어 살고 있는 땅이었다 되돌아 나올 수 없는 하얀 땅, 백지는 사막이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91 빨간 구두* 1 이월란 2008.11.30 338
1090 빨간 구두* 2 이월란 2008.11.30 282
1089 그녀에게* 이월란 2008.11.30 267
1088 빨래를 개면서 이월란 2008.12.02 291
1087 지우개밥 이월란 2008.12.02 274
1086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이월란 2008.12.04 314
1085 밤눈 이월란 2008.12.04 289
1084 흐르는 뼈 이월란 2008.12.09 302
1083 오독(誤讀) 이월란 2008.12.10 265
1082 임시보관함 이월란 2008.12.17 330
1081 함박눈 이월란 2008.12.17 299
1080 소요산의 가을 이월란 2008.12.19 306
1079 명절 목욕탕 이월란 2008.12.19 381
1078 손님 이월란 2008.12.19 278
1077 타짜 이월란 2008.12.19 315
1076 충전 이월란 2008.12.19 274
1075 둥근 집 이월란 2008.12.19 264
1074 라일라* 이월란 2008.12.19 253
1073 풍금(風禽) 이월란 2008.12.26 258
1072 소포 이월란 2008.12.26 269
Board Pagination Prev 1 ...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