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1
어제:
183
전체:
5,021,145

이달의 작가
2009.12.15 11:53

코끼리를 사랑한 장님

조회 수 334 추천 수 2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코끼리를 사랑한 장님



이월란(09/12/15)



이 거대한 암호는 뭔가요 만지는 손끝마다 비밀의 문이 열려요 검은 안경을 쓰고 안마쟁이 노릇을 하고 있네요 개천도 나무라고 자팡이도 분질러 보았죠 나는 등불 앞에서도 캄캄한 눈이에요 코끼리를 본 적이나 있었을까요 점자책 속에서도 손가락이 읽어내었을까요 인도코끼리인가요 아프리카코끼리인가요 코끝에서 발등 위에서 엉덩짝 위에서 오늘도 헤매고 있네요 한 번씩 괴물이 발을 구를 때마다 지진이 나네요 이 괴물에게 올라타면 당신에게로 갈 수 있을까요 더 깊은 정글 속으로 들어가 빽빽한 원시림 속에서 길을 잃고 말까요 눈을 대신하는 후각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면 주름이 생글 웃기도 하네요 내가 그려 놓은 스케치북으로 걸어들어가는 코끼리가 발을 뗄 때마다 환상교향곡이 시작되네요 심장을 스쳤나봐요 난 순간의 화석으로 굳어 300년의 세월을 순식간에 거쳐 먼지가 되어버렸다는 전설이 되어 흩어져 버리네요 색깔을 말해 주세요 점자는 색깔을 읽지 못해요 나의 머리칼로 무지개를 칠해 드릴까요 손톱만큼 깨물어도 보았죠 이 거대한 심장 속에 불화살처럼 박혀도 더 알고 싶은 연민이 나를 풀어줄까요 만져지지 않아도 자꾸만 만져요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는 마음처럼 한 번씩 치부에 닿아 비린 절망을 맛보기도 했을까요 이렇게 크다보면 절벽도 있고 들판도 있는거잖아요 내게 오는 당신의 다리는 그 절벽쯤에 있었고 나를 태우고 달리던 당신의 무등은 저 허허로운 들판쯤에 있었나요 당신의 입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어요 코, 끼, 리, 라고 말하는 것 같은 블랙홀 속으로 돌개바람을 일으키는 오로라의 현기증으로


대체 이게 뭔가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91 이월란 2009.12.09 351
790 제3시집 세컨드 랭귀지 이월란 2009.12.09 375
789 마력 이월란 2009.12.09 303
788 간밤에 내린 눈 이월란 2009.12.15 328
787 詩 5 이월란 2009.12.15 277
786 詩 6 이월란 2009.12.15 293
785 길치 이월란 2009.12.15 294
784 바람에 실려온 시 이월란 2009.12.15 425
» 코끼리를 사랑한 장님 이월란 2009.12.15 334
782 당신에게선 물 흐르는 소리가 나요 이월란 2009.12.20 468
781 가변 방정식 이월란 2009.12.20 339
780 푸드 포이즌 이월란 2009.12.20 445
779 무제사건 이월란 2009.12.20 349
778 립스틱, 내가 나를 유혹하는 이월란 2009.12.22 413
777 그리움 4 이월란 2009.12.22 330
776 세밑 우체국 이월란 2009.12.22 365
775 귀여운 뱀파이어 이월란 2009.12.22 410
774 착각이 살찌는 소리 이월란 2009.12.31 578
773 사랑빚 이월란 2009.12.31 374
772 전화 이월란 2009.12.31 313
Board Pagination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