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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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내가 나를 유혹하는



이월란(09/12/20)



휘발성 없는 입술 한 겹
가면 쓴 얼굴 위에 내것처럼 그려두면
살아있는 입술의 말을 자르고
죽은 입술이 종일 내게 말을 건다
핑크빛 염문을 덧칠하는 예인의 붓질처럼
흑백의 거리를 걷는 유일한 색거리
흐밍으로 시작되는 미사곡 사이로
가슴 베일 언어 한 조각 체온에 녹이고 있다
사랑의 흉기가 되어 서로의 입을 삼키던
환부의 잔상처럼 눈길 머물러
유성의 꼬리가 사라진 볼우물 사이
가슴의 베일이 제일 먼저 찢어진 곳
열대어가 알을 낳는 입속 가득
펄 섞인 은비늘이 꿈틀
목적없이 날카로워지는 색감으로
음습한 곳에 붉은 깃발을 꽂듯
빛의 혁명에 가담했다
외꽃 핀 얼굴에
비단벌레같은 미소가 꿈틀
짙을수록 헤퍼지는 관능의 입맞춤으로
나를 유혹하는 나를 용서하는
거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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