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2
어제:
265
전체:
5,022,326

이달의 작가
2010.01.19 10:41

체모 한 가닥

조회 수 396 추천 수 3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체모 한 가닥



이월란(10/01/17)



변기 위에 떨어져 있는 체모 한 가닥
유일하게 길이가 비슷한, 짧아서 더 은밀했던 밀어처럼
내건지 당신건지 알 수가 없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우리는
미아들의 우주정거장에서 만나 구토를 일으키기도
현기증에 서로를 빙빙 돌리기도 했었는데
시간이 빠져나가는 집안의 배수구마다
맞붙은 코리올리의 힘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기어오르기도
시계 방향으로 휩쓸려 내려가기도 한 소용돌이가
어찌 그리 어지럽기만 했던지
어찌 그리 서럽기만 했던지
내 것인 듯, 당신 것인 듯
서로를 부비며 삶의 추위를 녹이던 권태마저도
상관없이 아까운 듯
우리 여기선 한 번도 안했다, 그치
영역 표시를 하는 동물의 본능처럼
집안 구석구석 체모 한 가닥씩 떨어뜨려두고 싶어했던
이젠, 늙어가는 육신의 바람
변기 속으로 나폴나폴 떨어져 쓸려 내려가는
서로의 목을 축이느라 시든 꽃대를 닮아버린
당신과 나의, 접붙인 세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11 부화(孵化) 이월란 2008.10.29 237
910 부음(訃音) 미팅 이월란 2008.05.28 293
909 제1시집 부음(訃音) 이월란 2008.05.09 428
908 부음 1 이월란 2015.09.20 174
907 부산여자 이월란 2008.08.04 266
906 부모 이월란 2010.09.20 546
905 제2시집 부메랑 이월란 2008.07.11 253
904 제1시집 부를 수 없는 이름 이월란 2008.05.08 402
903 제2시집 봄탈 이월란 2008.05.10 276
902 제1시집 봄이 오는 소리 이월란 2008.05.09 336
901 제1시집 봄의 넋 이월란 2008.05.08 389
900 제2시집 봄의 가십 이월란 2008.05.10 250
899 봄비 이월란 2008.05.09 288
898 제2시집 봄밤 이월란 2008.05.10 248
897 봄눈 2 이월란 2010.04.05 430
896 봄눈 1 이월란 2010.04.05 448
895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월란 2010.03.22 466
894 제3시집 이월란 2010.02.21 391
893 볼링장 이월란 2012.01.17 294
892 복사본 이월란 2009.10.21 286
Board Pagination Prev 1 ...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