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8
어제:
177
전체:
5,020,376

이달의 작가
2010.01.19 10:41

체모 한 가닥

조회 수 396 추천 수 3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체모 한 가닥



이월란(10/01/17)



변기 위에 떨어져 있는 체모 한 가닥
유일하게 길이가 비슷한, 짧아서 더 은밀했던 밀어처럼
내건지 당신건지 알 수가 없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우리는
미아들의 우주정거장에서 만나 구토를 일으키기도
현기증에 서로를 빙빙 돌리기도 했었는데
시간이 빠져나가는 집안의 배수구마다
맞붙은 코리올리의 힘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기어오르기도
시계 방향으로 휩쓸려 내려가기도 한 소용돌이가
어찌 그리 어지럽기만 했던지
어찌 그리 서럽기만 했던지
내 것인 듯, 당신 것인 듯
서로를 부비며 삶의 추위를 녹이던 권태마저도
상관없이 아까운 듯
우리 여기선 한 번도 안했다, 그치
영역 표시를 하는 동물의 본능처럼
집안 구석구석 체모 한 가닥씩 떨어뜨려두고 싶어했던
이젠, 늙어가는 육신의 바람
변기 속으로 나폴나폴 떨어져 쓸려 내려가는
서로의 목을 축이느라 시든 꽃대를 닮아버린
당신과 나의, 접붙인 세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1 청연(淸緣) 이월란 2008.05.09 370
» 체모 한 가닥 이월란 2010.01.19 396
209 체중계 이월란 2009.02.08 375
208 초보운전 이월란 2012.05.19 373
207 초콜릿의 관절 이월란 2010.01.04 365
206 촛불잔치 이월란 2008.05.10 362
205 추격자 이월란 2012.05.19 309
204 제2시집 추월 이월란 2008.07.05 214
203 출근길 이월란 2009.04.05 241
202 출처 이월란 2009.04.21 273
201 춤 추는 노을 이월란 2008.05.10 258
200 춤추는 가라지 이월란 2009.04.09 274
199 춤추는 살로메 이월란 2010.02.21 424
198 충전 이월란 2008.12.19 274
197 치과에서 이월란 2009.12.31 466
196 치병(治病) 이월란 2008.05.07 471
195 제1시집 침략자 이월란 2008.05.09 271
194 견공 시리즈 침묵 (견공시리즈 127) 이월란 2014.06.14 278
193 칭기즈칸 이월란 2013.05.24 386
192 카멜레온 이월란 2009.10.17 269
Board Pagination Prev 1 ...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