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68
어제:
276
전체:
5,028,662

이달의 작가
2010.02.28 08:14

아홉 손가락

조회 수 373 추천 수 4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홉 손가락



이월란(10/02/23)
  


야간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이름도 모르는 그는
등 보이는 두 손을 내밀며 로숀병을 눈짓으로 가리킨다
손 씻었니? 서로 웃자고 하던 장난질 속에서
그의 손가락들이 어느 지점에선가 간격이 벌어져 있음을 알았다
손가락은 언제 잘라 먹었어?
그 순간, 아픈 줄도 몰랐었지 잘린 쇳조각들이 무시무시한
그 쓰레기통으로 쳐박혀 버렸어
찾았어도 소용 없었대 하필 관절이었거든
내 주위에 어떤 놈은 네가 20대 아가씬줄 아는 놈도 있어
내 뒤통수만 보았군 누나를 놀리면 못써 잘 가라는 내 미소에 살짝
기름을 부을 줄도 아는 이 순진한 친구
세상이 킥킥, 너의 그 순진무구한 웃음같다면
다 늙어빠진 세상도 20대로 보이는 너의 친구란 놈은, 낙천주의자
절대 되돌릴 수 없는 관절을 물고 달아나버린
너의 잘린 손가락을 찾기 위해 쓰레기통으로 기어들어가는,
쇳조각같은 타인의 기억의 날에 살을 베이는
나는, 비관적인 이상주의자
잘린 검지를 살짝 오므리면서도 아홉 손가락 당당히
펼칠 줄 아는 너는, 현실주의자
나는 여전히 그의 이름을 묻지 않고
그의 잘린 손가락이 되어 접붙인 듯 관절을 꺾어보고
또 꺾어보고, 아직 마르지 않은 피가 뚝뚝
퇴역군인의 잘린 팔처럼 떠도는 과거가
뚝뚝, 내 발등에 떨어지고 있었다




?

  1. 짤 없는 주인장

    Date2008.05.09 Category By이월란 Views371
    Read More
  2. 마른 꽃

    Date2009.09.29 Category By이월란 Views371
    Read More
  3. 너를 위한 노래 (견공시리즈 100)

    Date2011.05.10 Category견공 시리즈 By이월란 Views371
    Read More
  4. 처서

    Date2014.08.25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371
    Read More
  5. 모놀로그----진실게임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72
    Read More
  6. 사레

    Date2009.04.09 Category By이월란 Views372
    Read More
  7. 사랑밖에

    Date2010.09.06 Category By이월란 Views372
    Read More
  8. 불망(不忘)

    Date2008.05.08 Category By이월란 Views373
    Read More
  9. 알기나 아니?

    Date2008.05.08 Category By이월란 Views373
    Read More
  10. 수평선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73
    Read More
  11. 눈(目)의 고향

    Date2009.05.09 Category By이월란 Views373
    Read More
  12. 인간시계(견공시리즈 10)

    Date2009.08.06 Category견공 시리즈 By이월란 Views373
    Read More
  13. 이민 간 팔용이

    Date2009.08.29 Category By이월란 Views373
    Read More
  14. 아홉 손가락

    Date2010.02.28 Category By이월란 Views373
    Read More
  15. 초보운전

    Date2012.05.19 Category By이월란 Views373
    Read More
  16. 음모(陰謀)

    Date2008.05.08 Category By이월란 Views374
    Read More
  17. 욕망을 운전하다

    Date2009.04.22 Category By이월란 Views374
    Read More
  18. 손끝에 달리는 詩

    Date2009.10.29 Category By이월란 Views374
    Read More
  19. 사랑빚

    Date2009.12.31 Category By이월란 Views374
    Read More
  20. 미개인

    Date2010.03.15 Category By이월란 Views37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