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2
어제:
206
전체:
5,030,677

이달의 작가
2010.02.28 08:15

사루비아

조회 수 436 추천 수 4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루비아



이월란(10/02/24)



비가 내려서, 직장을 그만 두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미친 듯이 다니던 직장이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누군가 떠내려 갈 것만 같아
떠내려 가지 않고 꿋꿋이 서 있기 위해
직장을 그만 두었다


오래 전, 아주 오래 전에, 사는게 뭔지도 몰랐던 그 때
어느 소설 속의 주인공은 교정에 피어 있는 사루비아가
너무 붉어서, 눈이 시리도록 너무 붉어서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 땐
미친 것, 싶었었다


결혼 소식보다 부고가 잦은 명품 드라마
주인공들은 기승전결의 마무리도 하지 않고 떼거리로 사라지는데
목숨조차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버리는 신의 습작품은
해독될 수 없는 난해한 코드일 뿐인데


사루비아는 사전에 '샐비어'의 잘못, 이라고 나와 있다
샐비어는 말도 통하지 않는 어느 미국여자의 이름 같고
나는 사루비아가 좋다
사, 루, 비, 아,
잘못된 이름, 사, 루, 비, 아, 가 좋다


잘못된 이름이 평생의 이름이 되는 것이 삶이었지 않나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빗발 사이로
피멍 든 사루비아가 뒤꿈치를 바짝 들고 걸어가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51 견공 시리즈 빛으로 샤워하기(견공시리즈 57) 이월란 2010.03.05 390
950 견공 시리즈 빛방(견공시리즈 116) 이월란 2012.01.17 258
949 빛나는 감옥 이월란 2009.05.19 339
948 빛꽃 이월란 2009.08.01 274
947 빗물 이월란 2008.07.07 197
946 빈집 이월란 2014.10.22 187
945 제2시집 빈방 이월란 2008.08.02 282
944 제1시집 빈가지 위에 배꽃처럼 이월란 2008.05.09 375
943 빈가방 이월란 2008.05.10 378
942 제2시집 비행정보 이월란 2008.05.10 245
941 비행기를 놓치다 이월란 2012.01.17 841
940 비질 이월란 2008.05.08 363
939 비의 역사 이월란 2009.01.07 300
938 비의 목소리 이월란 2008.06.11 277
937 비온 뒤 이월란 2010.04.13 491
936 제2시집 비손 이월란 2008.06.21 205
935 비섬 이월란 2008.05.30 283
934 비상구 이월란 2008.05.10 257
933 제1시집 비상 -------- 프론티어 1177W기, 좌석 14-D 에서 이월란 2008.05.09 344
932 비밀일기 이월란 2010.01.23 376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