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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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0.02.28 08:15

사루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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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비아



이월란(10/02/24)



비가 내려서, 직장을 그만 두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미친 듯이 다니던 직장이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누군가 떠내려 갈 것만 같아
떠내려 가지 않고 꿋꿋이 서 있기 위해
직장을 그만 두었다


오래 전, 아주 오래 전에, 사는게 뭔지도 몰랐던 그 때
어느 소설 속의 주인공은 교정에 피어 있는 사루비아가
너무 붉어서, 눈이 시리도록 너무 붉어서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 땐
미친 것, 싶었었다


결혼 소식보다 부고가 잦은 명품 드라마
주인공들은 기승전결의 마무리도 하지 않고 떼거리로 사라지는데
목숨조차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버리는 신의 습작품은
해독될 수 없는 난해한 코드일 뿐인데


사루비아는 사전에 '샐비어'의 잘못, 이라고 나와 있다
샐비어는 말도 통하지 않는 어느 미국여자의 이름 같고
나는 사루비아가 좋다
사, 루, 비, 아,
잘못된 이름, 사, 루, 비, 아, 가 좋다


잘못된 이름이 평생의 이름이 되는 것이 삶이었지 않나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빗발 사이로
피멍 든 사루비아가 뒤꿈치를 바짝 들고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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