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43
어제:
298
전체:
5,024,030

이달의 작가
2010.02.28 08:15

사루비아

조회 수 436 추천 수 4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루비아



이월란(10/02/24)



비가 내려서, 직장을 그만 두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미친 듯이 다니던 직장이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누군가 떠내려 갈 것만 같아
떠내려 가지 않고 꿋꿋이 서 있기 위해
직장을 그만 두었다


오래 전, 아주 오래 전에, 사는게 뭔지도 몰랐던 그 때
어느 소설 속의 주인공은 교정에 피어 있는 사루비아가
너무 붉어서, 눈이 시리도록 너무 붉어서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 땐
미친 것, 싶었었다


결혼 소식보다 부고가 잦은 명품 드라마
주인공들은 기승전결의 마무리도 하지 않고 떼거리로 사라지는데
목숨조차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버리는 신의 습작품은
해독될 수 없는 난해한 코드일 뿐인데


사루비아는 사전에 '샐비어'의 잘못, 이라고 나와 있다
샐비어는 말도 통하지 않는 어느 미국여자의 이름 같고
나는 사루비아가 좋다
사, 루, 비, 아,
잘못된 이름, 사, 루, 비, 아, 가 좋다


잘못된 이름이 평생의 이름이 되는 것이 삶이었지 않나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빗발 사이로
피멍 든 사루비아가 뒤꿈치를 바짝 들고 걸어가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71 불치병 이월란 2008.05.08 310
670 추격자 이월란 2012.05.19 309
669 제3시집 할로윈 이월란 2009.10.21 309
668 견공 시리즈 한숨동지(견공시리즈 37) 이월란 2009.10.08 309
667 기억색 이월란 2008.09.18 309
666 제2시집 노을 1 이월란 2008.05.10 309
665 미로캠 이월란 2008.05.10 309
664 가슴에 지은 집 이월란 2009.01.02 308
663 해동(解凍) 이월란 2009.01.13 308
662 제2시집 타임래그 (timelag) 이월란 2008.05.10 308
661 고별, 낙엽의 마지막 춤 이월란 2008.05.10 308
660 모순 이월란 2008.05.09 308
659 영시집 Airport Terminal 2 이월란 2012.04.10 307
658 자물쇠와 열쇠 이월란 2012.01.17 307
657 오리가족 이월란 2011.05.10 307
656 병치레 이월란 2009.12.03 307
655 죽어가는 전화 이월란 2009.10.01 307
654 견공 시리즈 불륜(견공시리즈 14) 이월란 2009.08.25 307
653 나, 바람 좀 피우고 올께 이월란 2008.05.10 307
652 제1시집 뒤뜰의 장미 이월란 2008.05.09 307
Board Pagination Prev 1 ...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