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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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0.02.2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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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란(10/02/26)



미처 들려지지 못한 수화기 밑에 깔려 있는 두 목소리


링컨 같은 목소리가 먼저 말을 하지
네브래스카 링컨은 끔찍하게 못생긴 곳이야
유타보다 훨씬 추워 한국식당도 없어
야트막한 산 하나 보이지 않는 사막이야


후훗, 빨리 와 따뜻한 나라로
겨울햇살을 넣고 끓인 김치찌개가 기다리고 있을거야


도착하면 전화할께 8번으로 오면 돼
  

쌍둥이 빌딩이 주저앉기 전, 옛날 옛날, 아주 오래 전 옛날엔
창 밖에 비행기를 자가용처럼 세워두고 포옹과 키스를 나누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아라비아 숫자 밑에서 접선하는 테러리스트들처럼
번개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면 그만이지


링컨은 김치찌개를 먹고 있고
사라지면 그만이지


막이 내리면 The End 라는 자막이 엉금엉금, 심심하게 올라올 것이고
지루한 영화였다는 듯


삭제 버튼이 가슴 중앙에 유두처럼 박혀 있어
두 개의 영혼이 서로를 도청하기엔 너무 낯뜨거운 세월이잖아


지워진 목소리가 살아있는 목소리를 수시로 도청할지라도
영혼은 어느 곳에서도, 부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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