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다섯 계단 (견공시리즈 58)
이월란(10/03/07)
토비는 첫 크리스마스 선물로
침대에 혼자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을 선물로 받았다
달랑 네 개의 계단을 열흘이 넘도록 발발 떨며 오르내리지를 못했다
지금은 0.1초 사이에 왕복 등반을 마친다
튀어오르는 용수철보다 더 빠르다
계단이 없었을 때 주인님의 침대는 금단의 열매가 익고 있는
맘대로 들어갈 수 없는 에덴동산이었다
아담과 이브의 날아다니는 나뭇잎들은 아직도 수치를 몰라
반항아들에게 자유의지를 주신 하나님의 선물처럼
네 개의 계단이 달린 자유의지는 지금 펄펄 날아다니는데
장장 마흔 다섯 개의 계단을 오르내린 나의 자유의지는
지금도 계단참에 쪼그리고 앉아 있을 때가 많다
내려갈 것인가, 주저 앉을 것인가, 올라갈 것인가
이젠 능숙할 때도 되지 않았나
펄펄 날아다닐 때도 되지 않았나
올라가도 올라가는 것이 아니었던 이 덧없는 높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