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67
어제:
298
전체:
5,024,054

이달의 작가
2010.03.15 14:49

휠체어와 방정식

조회 수 467 추천 수 4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10/03/12)



그의 다리는 둥글다
그래서 수레처럼 굴러온다
한 번씩 벌떡 일어서는 걸 보면 마비는 아닌 것 같은데
저렇게 땅을 굴리고 또 굴려선, 방정식을 배우러 온다
제로가 분모가 되면 언디파인드
정의되지 못하는, 미정의, 막연한
그의 둥근 다리는 제로를 닮았다
0이 아닌 정수로만 나눌 수 있는 삶을
분수를 모르는 그의 분수는
바퀴 달린 의자 위에서 해바라기만 하지 않고
오늘도 열심히 삶의 방정식을 풀러 온다
  

Die Hard의 스핀오프를 찍다가 세트장에서 달려온
브루스 윌리스를 쏙 빼닮은 그의 스킨헤드엔 언제나
꽃무늬 스카프가 사계절 봄이다
단벌 가죽잠바가 성한 바람마저 뚫고 왔으리라
나의 삶은 왜 걷지 못 하나요
시비 한 마디 없이 주저앉은 삶을 싣고
인력거처럼 헉헉 달려오고 나서야
이두박근이 불끈 불끈 굴려온 저 둥근 다리가
내 눈 앞에 당당히 서고 나서야
나는, 내가 걸어 왔음을 알게 된다
걷지 못하는 다리가 성한 다리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그가 입으로 풀어 주는 방정식을 강사가 보드에 받아 적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11 영시집 A Solitary Cell 이월란 2010.03.13 403
710 영시집 The Reason 이월란 2010.03.13 376
709 영시집 A Dried Flower 이월란 2010.03.13 358
708 영시집 The Shaking House 이월란 2010.03.13 370
707 영시집 A Mist and a Virus 이월란 2010.03.13 340
706 영시집 If the Moment Comes Again 이월란 2010.03.13 387
705 견공 시리즈 마흔 다섯 계단(견공시리즈 58) 이월란 2010.03.15 414
704 미개인 이월란 2010.03.15 374
703 아버지 이월란 2010.03.15 374
702 눈별 이월란 2010.03.15 442
701 오징어의 배를 가르며 이월란 2010.03.15 494
» 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 2010.03.15 467
699 영시집 Longing 이월란 2010.03.22 347
698 영시집 The Island of Language 이월란 2010.03.22 336
697 견공 시리즈 그 분의 짜증(견공시리즈 59) 이월란 2010.03.22 444
696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월란 2010.03.22 466
695 기다림이 좋아서 이월란 2010.03.22 417
694 가시나무새 이월란 2010.03.22 390
693 절망에게 이월란 2010.03.22 396
692 호스피스의 유서 이월란 2010.03.22 435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