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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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0.03.22 15:31

봄, 여름, 가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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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이월란(10/03/14)



인생에도 사계절이 있다고 배웠습니다
세월 속의 봄은 여름을 부르고
겨울이 지나면 또 다시 봄햇살이 찾아오지만
인생의 사계절은 단 한 번의 봄과
단 한 번의 여름과, 단 한 번의 가을과
단 한 번의 겨울로 끝이 납니다


봄꽃처럼 멋모르고 피었다 진 유년의 봄은
아스라한 기억 속에서 아직도 봄입니다
삶의 뜨거운 볕 아래 홀로 좌충우돌했던
청춘의 여름은 나 대신, 누가 살아온 계절이었을까요


육신의 낙엽이 소리없이 쌓이던 중년의 가을은
세상의 여느 계절보다 스산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계절 아래 검은 머리칼 위에는
흰 눈이 영원히 녹지 않을 것처럼 쌓여 있어
육신은 춥고 배고파도 마음만은 늘 봄입니다

  
단 한 번의 봄과
단 한 번의 여름과
단 한 번의 가을이
단 한 번의 겨울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꼭 봄이 다시 찾아 올 것만 같습니다


사계절이 뒤섞여 걸어다니는 거리마다
겨울의 하얀 눈을 쓴 두 눈동자는
봄의 새싹처럼 설레이기도
여름의 찬란한 햇살처럼 뜨겁기도
가을의 붉은 단풍처럼 타오르기도 합니다


나를 싣고 달리는 세월의 바퀴가 덜컹일 때마다
나는 이제, 나를 내려놓을 준비를 합니다
굽어지는 허리가 고단할지라도
아, 얼마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단 한 번뿐인 나의 계절들이었던가요
그 때는 결코 알지 못했던



--한국, 노인의 집에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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