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2

by 이월란 posted Apr 13, 201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기다림 2



이월란(10/04/06)



나물을 다듬는다
시들어버린 시금치도 다듬는다
변색하기 시작하는 콩나물도 다듬는다
죽은 잎이 늘어나기 시작한 미나리도 다듬는다
뼈 없는 두부도 생각 없이 숭덩숭덩 썰어 넣고
된장찌개도 끓인다
양념을 차례차례 불공드리듯 챙겨 넣는다
다듬은 것들은 다시 데친다
어떤 것들은 물만 빠지게 얹어둔다
똑똑 초침처럼 물이 빠지면
똑같은 양념들을 제각기 다른 양만큼 섞어 넣고
조물조물 시간을 무친다
맛을 본다
간을 맞춘다
혀는 기억이 없다
살아 있는 것들을 다 죽여도
시간만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