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공 시리즈

이별공부(견공시리즈 63)

by 이월란 posted May 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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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공부(견공시리즈 63)


이월란(10/05/15)


인간엄마가 사라진지 이틀 째 토비는 우울증에 걸린 중환자 같았단다. 사람이 와도 짖지도 않고 출입문 앞에 쪼그리고 엎드려 몇 날 며칠을 보냈단다. 열 하루 집을 비우고 돌아오니 토비의 눈빛이 달라져 있다. 공항에서도 그리 반기지도 않았다. 반나절 외출 후에도 숨이 넘어갔던 토비여서 내심 걱정스러웠었다. 이번엔 정말 숨이 넘어갈까봐.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쳤으리라. 다시 새주인을 만드느라 마음을 다지고 또 다졌으리라. 남편과 나란히 서서 양치질을 하는데 내 발이 아닌 남편 발 옆에 엎드려 있다. 치약거품을 토해내는데 명치 끝이 시리다. 심심하면 사라지는 사람들, 토비는 더 이상 나를 믿지 않는다. 사랑해 줄께, 이뻐해 줄께, 같이 있어 줄께, 언어의 사기를 알아챈 것일까. 이별의 교과서를 토비에게서 다시 배운다. 결코 떠나지 않아. 다시 돌아올꺼야. 우스운 것이 혀와 입이다. 토비의 눈이 이제야 한마디 한다. 그리움이 없었다면 증오도 없었겠지요. 지금, 우리는 같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