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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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0.05.25 11:01

노교수

조회 수 349 추천 수 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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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교수


이월란(10/05/21)
  

교재는 모두 구했나요?
10년 전엔 20불이었는데 지금은 얼마라구요? 135불?
네, 세상이 끔찍해져버렸군요
껍데기만 다른, 똑같은 헌 책이 있는데 10불이면 구할 수 있어요
환불 받을 때 내가 가르쳐 주었다곤 절대 하지 마세요

강의실로 들어오자마자 책상 정리, 걸상 정리
일흔이 가까울 것 같은, 수학 과목처럼 정교한 연륜
엄마가 빗겨 준 것 같이, 유치원생처럼 단정한 은발의 가르마
자켓만 걸치면 예복이 될 것 같은 깔끔한 정장
돌다리를 두드리며 건너듯 굼뜨고도 신중한 억양
내가 배우는 건 지식보다, 이젠 내가 붙들려 살아야 할
두루뭉술 익혀온 그네들의 인습과 풍습이다

수업 중, 모국어론 헷갈리겠지만 제2외국어론 헷갈릴 겨를 없이
암기하듯 입력되어버린 명확한 사안이라
메릴 박사님, 전 지난 학기에 저렇게 배우지 않았어요
너무 하찮은 문제이지만 완전히 반대로 가르치길래 바로 잡았더니
흠, 생각할수록 더 헷갈리네요
다음 시간에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연구해 오겠어요

아, 시간이 촉박하군요
남은 수업 시간 내내 눈 한 번 마주치지 않는다
하얀 보드 가득 붉은 판서만 열중하다 끝내버리는, 메릴 박사님
성도 있고 이름도 있지만 닥터 메릴라고 불려지는 것이 가장 좋다는
메릴 박사님, 이 나라 사람들은 늙어서도 순진하고 귀엽다

두겹의 언어가 주는 횡포에 시달리고 있는건지
두겹의 언어가 주는 축복에 휘달리고 있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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