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0
어제:
265
전체:
5,022,274

이달의 작가
2010.06.12 03:30

클레멘타인

조회 수 428 추천 수 5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클레멘타인


이월란(10/06/11)


내 늙은 아버지는 따땃한 아랫목에 푹신하게 누워 계시다
까맣게 물들인 올백 머리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쥐색 빵모자를 붉은 신생아처럼 쓰고 계시다
나는 아버지가 밉지도, 곱지도 않다
내가 살아갈 덧없음의 시간처럼 정들지 말아야 한다
늙은 아버지의 머리맡에서 새파랗게 젊은 귤을 까서 먹는다
아버지는 오돌도돌 귤피를 벗기고도
얇디얇은 과육의 살 껍질까지 더 벗겨야만 드신다
적어도 당신이 나보다 더 먼저 죽겠군요
그 땐 조금, 아주 조금만 울겠어요
혼자 오물오물 까먹다가 넌지시 물어 본다
아버지예, 까 드리까예?
우리 새끼가 까주면 맛있게도 먹지
속살까지 홀랑홀랑 벗겨선 끈끈한 과즙을
서늘한 피처럼 두 손에 홈빡 적시며
접시에 가지런히 담아드린다
까는 시간보다 휠씬 빠른 속도로 한 접시를 비우신다
그렇게 살아 오셨겠다
[나의 사랑, 나의 사랑,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늙은 내 아버지는 장차 태어날 나의 아기처럼
가슴 속까지, 시큼시큼 철없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71 영시집 Rapture 이월란 2010.04.05 469
1470 RE: 새벽 이월란 2021.08.16 121
1469 영시 Reading You 1 이월란 2016.08.16 136
1468 영문 수필 Reflection of Service Learning 이월란 2012.04.10 237
1467 영문 수필 Reflection of Without Pity 이월란 2012.04.10 214
1466 견공 시리즈 Rent-A-Dog (견공시리즈 123) 이월란 2012.05.19 352
1465 영문 수필 Revenge 이월란 2010.02.28 507
1464 영시 Roses of Sharon Have Blossomed! 이월란 2016.08.16 80
1463 영시 Sales Call 1 이월란 2016.08.16 65
1462 영문 수필 Security or Freedom 이월란 2010.09.20 396
1461 영문 수필 Self-Assessment 이월란 2011.03.18 343
1460 영문 수필 Semiotic Comparison between Saussure and Bakhtin 이월란 2014.05.28 435
1459 영문 수필 Shitty First Drafts 이월란 2011.01.30 14746
1458 영문 수필 Sign Language 이월란 2010.07.09 363
1457 영문 수필 Silence 이월란 2013.05.24 258
1456 영문 수필 Simulation of Disability 이월란 2012.02.05 267
1455 영문 수필 So Mexicans are Taking Jobs from Americans 이월란 2013.05.24 159
1454 Soap Opera* 증후군 이월란 2008.06.25 231
1453 영시 Someone is Cancelling Me 1 이월란 2016.08.16 85
1452 견공 시리즈 SOS(견공시리즈 18) 이월란 2009.08.25 369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