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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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0.07.19 13:04

그대가 바람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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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바람이어서


이월란(10/07/14)


그대가 바람이어서, 나는
꽃이었네

그대가 들뜬 바람이어서, 나는
붙박여 미련한 꽃이었네

그대가 속빈 바람이어서, 나는
채우다 터져버린 꽃이었네

그대가 눈먼 바람이어서, 나는
눈 밝아 눈부신 꽃이었네

그대가 향 없는 바람이어서, 나는
선 향에 만취한 꽃이었네
  
그대가 무색의 바람이어서, 나는
피맺힌 붉은 꽃이었네

그대가 소리 없는 바람이어서, 나는
아우성치는 소란한 꽃이었네

그대가 오늘만 부는 바람이어서, 나는
내일이 미리 슬픈 꽃이었네

그대가 파도치는 바람이어서, 나는
뭍에 발 묻은 꽃이었네

그대가 시린 바람이어서, 나는
햇살만 먹고도 전율하는 꽃이었네

그대가 방향 없는 바람이어서, 나는
그대만 바라보는 집념의 꽃이었네

그대가 바람이어서, 내가
내가, 꽃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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