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6
어제:
219
전체:
5,030,151

이달의 작가
2010.09.06 02:24

해체

조회 수 381 추천 수 3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해체


이월란(2010/08)


모일 때는 흩어지는 길을 꼭 봐 두거라
오는 길엔 돌아가는 길도 꼭 봐 두거라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
께서
하늘에 계신 나의 어머니
께서
말씀하셨다네
또 다른 하늘을 파랗게 이고 사는
나의, 눈부신 당신께서도
당부하셨다네
조립 중인 꽃들의 나사를 마음껏 조이라고
매끈한 세월의 레일 위에서
매일 떨어지는 꽃잎의 귓속말들은 멀미조차 없어
강력본드로 붙여 놓은 별들의 눈에도 노안이 오면
지평선 너머 또 다른 하늘을 이고 사는
떠도는 두 발을 누이고
일천 데시벨의 소음으로 당신을 조일 때마다
부서져 내리던 어둠가루
습관성 천식으로 숨이 막힐 때마다 뚫리던 또 다른 숨길
유랑 극단의 무대 위로
낯선 해가 떠올라도 더 이상의 낯가림은 없었다네
슬픔의 수량을 재어보고 눈물의 방울을 헤아리며
알뜰히 모으고 또 붙인 햇살 한 줌
저 거나한 세월이 하나하나 정교하도록
슬프도록 또는 고요하도록 뜯어내고 있다는 것
지표의 발자국처럼 새겨둔 키스 마크 위로 입술이
바싹바싹 뜨거운데 맑디맑은 해부도를 그리며
절단면 하나 남기지 않는 예리한 메스처럼
반딧불의 날개처럼 펑, 불꽃놀이하듯 공중분해되고
있다는 것
점점이 환생하곤 하는 당신들
아주 떠나버린 그들은 기억의 착시현상
아니, 내가 떠나가고 있는건지도 몰라
파랗게 질린 하늘문을 이고서
기다림 없는 저승의 시간으로
그리움 없는 피안의 담장 너머
리모델링 중인 저 하늘빛 해체로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31 꽃이 될래요 이월란 2008.05.09 338
1130 제1시집 꽃처럼 이월란 2008.05.09 359
1129 제1시집 꽃처럼2 이월란 2008.05.09 253
1128 제1시집 꿈길 이월란 2008.05.09 315
1127 제2시집 꿈꾸는 나무 이월란 2008.05.29 256
1126 꿈꾸는 발 이월란 2010.02.12 511
1125 꿈속의 꿈 이월란 2012.04.10 555
1124 제2시집 꿈의 투사들이여 이월란 2008.05.10 352
1123 나 이제 사는 동안 이월란 2008.05.09 324
1122 나, 바람 좀 피우고 올께 이월란 2008.05.10 307
1121 나는 나를 통역한다 이월란 2009.05.12 284
1120 나는 나의 詩가 혐오스럽다 이월란 2008.11.06 282
1119 나는 모릅니다 이월란 2008.05.10 297
1118 제3시집 나는 취소되고 있다 이월란 2009.06.17 317
1117 나를 건지다 이월란 2008.05.10 317
1116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월란 2008.05.10 499
1115 나를 지쳐 이월란 2008.05.10 228
1114 나를 파먹다 이월란 2010.06.28 433
1113 제2시집 나쁜 詩 이월란 2008.05.10 265
1112 나에게 말 걸기 이월란 2008.06.24 298
Board Pagination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