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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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0.09.06 02:24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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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이월란(2010/08)


모일 때는 흩어지는 길을 꼭 봐 두거라
오는 길엔 돌아가는 길도 꼭 봐 두거라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
께서
하늘에 계신 나의 어머니
께서
말씀하셨다네
또 다른 하늘을 파랗게 이고 사는
나의, 눈부신 당신께서도
당부하셨다네
조립 중인 꽃들의 나사를 마음껏 조이라고
매끈한 세월의 레일 위에서
매일 떨어지는 꽃잎의 귓속말들은 멀미조차 없어
강력본드로 붙여 놓은 별들의 눈에도 노안이 오면
지평선 너머 또 다른 하늘을 이고 사는
떠도는 두 발을 누이고
일천 데시벨의 소음으로 당신을 조일 때마다
부서져 내리던 어둠가루
습관성 천식으로 숨이 막힐 때마다 뚫리던 또 다른 숨길
유랑 극단의 무대 위로
낯선 해가 떠올라도 더 이상의 낯가림은 없었다네
슬픔의 수량을 재어보고 눈물의 방울을 헤아리며
알뜰히 모으고 또 붙인 햇살 한 줌
저 거나한 세월이 하나하나 정교하도록
슬프도록 또는 고요하도록 뜯어내고 있다는 것
지표의 발자국처럼 새겨둔 키스 마크 위로 입술이
바싹바싹 뜨거운데 맑디맑은 해부도를 그리며
절단면 하나 남기지 않는 예리한 메스처럼
반딧불의 날개처럼 펑, 불꽃놀이하듯 공중분해되고
있다는 것
점점이 환생하곤 하는 당신들
아주 떠나버린 그들은 기억의 착시현상
아니, 내가 떠나가고 있는건지도 몰라
파랗게 질린 하늘문을 이고서
기다림 없는 저승의 시간으로
그리움 없는 피안의 담장 너머
리모델링 중인 저 하늘빛 해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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