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이월란(2010/09)
소란 속의 고요 한 점
눈 뜬 시야 속의 어둠 한 점
데리고, 두껍지 않은 명상록이 되어
관절 한 페이지씩 넘겨보면
개와 고양이의 포즈로 공복의 아침을 비트는 시간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뼈들이 나를 부른다
내 안에 살고 있었다고
산란한 심신에게 타협하는 선線 위에서
엑스선 렌즈 앞에서처럼 호흡의 극한을 만져보면
O₂보다 CO₂가 더 맛있어질 때까지
매트 위에 반듯이 누워 나의 화학명을 찾아야지
나는 여전히 집단 속에서 유리 중인 캄브리아대의 미토콘드리아
청량음료처럼 톡톡 쏘던 상쾌한 생명을 마셔 줄게
드라이아이스처럼 나를 압축시켜
종말을 예찬하기까지 나에게 대처하지 않기
몸의 세도 앞에 엎드리지 않기
작은 지구본이 되었다 수평선으로 눕는 나는 벼린 빛이야
속박 없는 백지 위에서 크로키 되는 미장된 얼굴 하나
너는 누구니?
쉿, 느낌으로 대답 하세요
누구냐고 묻지 않기로, 끝까지 모른 척 하기로
작정한 세상을 고요한 유리벽 안에 가두어 두고
몸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곧게 편 척추 앞에 나를 세우고
반구를 두른 팔 안에 나를 앉히고
의존에 길들여진 언어를 갈아 마시며
오그린 채로 호흡하는 세상의 관절 속으로 돌아가며
신비로운 몸을 신비롭지 않게 만들어버리는
마음의 병에게 인사하며, 운명을 걸진 마세요
합장 하는 두 손 위에서
위태롭지 않게 그저, 나마스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