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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0.10.29 11:18

보슬비 육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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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육개장


이월란(2010/10)


밖에는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나는 빠글빠글 육개장을 끓인다
살아 있는 소를 죽이고, 가죽을 벗기고
찢고 삶아서 잡아먹는다
그리곤, 살아 있던 고기인지 뭔지
가물가물 보이지 않도록
초봄 같은 고사리를 넣고, 버섯을 넣고
무를 넣고, 토란껍질을 넣고, 파를 넣고
그리곤, 핏물인지 눈물인지
아른아른 보이지 않도록
고춧가루를 풀고, 마늘을 빻아 넣고
그리곤, 먹는다
식인종처럼 맛있게 먹는다
인육을 다 뜯어 먹고 난
무덤의 맛이 이렇지 않을까
미개한 희열이 그냥 반가운 것은
고상해져버린 살생의 식탁 위에서
사막에 내리는 보슬비 받아먹듯
그제야 얼큰해지는 목숨으로
나는 아직 배고프도록 살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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