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91
어제:
307
전체:
5,024,452

이달의 작가
2010.10.29 11:18

보슬비 육개장

조회 수 408 추천 수 3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보슬비 육개장


이월란(2010/10)


밖에는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나는 빠글빠글 육개장을 끓인다
살아 있는 소를 죽이고, 가죽을 벗기고
찢고 삶아서 잡아먹는다
그리곤, 살아 있던 고기인지 뭔지
가물가물 보이지 않도록
초봄 같은 고사리를 넣고, 버섯을 넣고
무를 넣고, 토란껍질을 넣고, 파를 넣고
그리곤, 핏물인지 눈물인지
아른아른 보이지 않도록
고춧가루를 풀고, 마늘을 빻아 넣고
그리곤, 먹는다
식인종처럼 맛있게 먹는다
인육을 다 뜯어 먹고 난
무덤의 맛이 이렇지 않을까
미개한 희열이 그냥 반가운 것은
고상해져버린 살생의 식탁 위에서
사막에 내리는 보슬비 받아먹듯
그제야 얼큰해지는 목숨으로
나는 아직 배고프도록 살아 있다는 것이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71 은혜 이월란 2008.07.17 203
1170 아모스 아모스 이월란 2008.07.19 214
1169 제2시집 가연(佳緣) 이월란 2008.07.20 267
1168 푸른 우체국 이월란 2008.07.21 260
1167 제2시집 실종 이월란 2008.07.22 238
1166 제2시집 카시오페이아 이월란 2008.07.24 310
1165 실종 2 이월란 2008.07.25 234
1164 제2시집 숲길을 걸으면 이월란 2008.07.26 246
1163 제2시집 혓바늘 이월란 2008.07.28 289
1162 제2시집 쇼핑 이월란 2008.07.29 335
1161 유정(有情) 이월란 2008.07.30 270
1160 제2시집 빈방 이월란 2008.08.02 282
1159 연애질 이월란 2008.08.03 237
1158 부산여자 이월란 2008.08.04 266
1157 캄브리아기의 평화 이월란 2008.08.05 260
1156 이월란 2008.08.07 280
1155 제2시집 입추 이월란 2008.08.08 317
1154 제2시집 이월란 2008.08.09 236
1153 읽고 싶은 날 이월란 2008.08.10 229
1152 제2시집 탈놀이 이월란 2008.08.11 248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