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의 문

by 이월란 posted Oct 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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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의 문


이월란(2010/10)


지붕 아래서 나의 등골을 타고 내린, 첫눈 쌓인 앞산을 보며 뒤뜰로 향한 문을 열었더니, 문턱 가득 아직 어린 가을의 시신들이 즐비하다 붉고도 노란 것들은 초연히 죽어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여민 문 너머로 몸져누운 계절의 끝은 늘 문 앞에 소복이 쌓여 있어, 시신 앞에서도 세월은 안녕하고 내 속에서 잠들겠다고 밤새 문을 두드렸겠다 가지 끝에서 목이 메어 말을 할 수 없는 나뭇잎들은 날개를 달고 있었고 낙엽의 혈관에 잇대어 수혈 받듯, 밖에서 태어난 계절은 늘, 내 안에서 죽는다 그리움의 단초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