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30
어제:
307
전체:
5,024,491

이달의 작가
2010.10.29 11:23

몸길

조회 수 472 추천 수 4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몸길


이월란(2010/10)


코앞에 프리웨이 입구가 뚫린 지 열흘째
주욱 타고 달린 날보다 놓친 날이 더 많았다
핸들만 잡으면 사차원을 달리는 마음을 두고
손은 오래된 길을 향해 매번 핸들을 꺾었다

새 길에 들어서면 언제나 새로 변해버린
나와 맞닥뜨려야 하지 않던가
저 길이 언제 생겼다고
나는 벌써 6, 7분의 주행시간을 과감히 도려내었는데

놓치기 싫은 그 길 위에 내 어미 분 내음 떠 다녔을까
외면키 싫은 그 길 위에 내 아비 땀 내음 날아 다녔을까
생각 없이도 달릴 수 있는 그 길이 좋다는데

마음처럼 간사하지 못해
더 오래 기억하며, 더 먼저 기억해내는 몸속의 길
칼라시대에 흑백 브라운관이 뜨고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가 달리는 길

내 어미 등에 업혀 있었을까
내 아비 무릎에 앉아 있었을까
기억의 손이 산을 뚫고 터널을 내어 닦아 놓은 길

이젠 잊어도 좋을, 이젠 더 빠른 길로 가도 좋을
거울 속 나신 위에 실핏줄처럼 흐르는
지도에도 없는 길들이 선명하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1 가윗날 이월란 2008.09.13 221
510 간헐천 이월란 2008.09.13 218
509 이별나무 이월란 2008.09.10 259
508 스시맨 이월란 2008.09.09 345
507 1시간 50분 이월란 2008.09.08 243
506 이인(二人) 이월란 2008.09.07 291
505 디아스포라의 바다 이월란 2008.09.06 219
504 시야(視野) 이월란 2008.09.04 246
503 백념(百念) 이월란 2008.09.03 299
502 사랑 7 이월란 2008.09.02 211
501 제2시집 자해 이월란 2008.09.01 207
500 제2시집 할러데이 편지 이월란 2008.08.31 257
499 포이즌(poison) 이월란 2008.08.30 262
498 흔적 이월란 2008.08.28 282
497 산불 이월란 2008.08.27 273
496 제2시집 모하비 이월란 2008.08.26 799
495 몸 푸는 사막 이월란 2008.08.25 303
494 제2시집 밤비행기 이월란 2008.08.24 264
493 제2시집 분신 이월란 2008.08.13 217
492 제2시집 동거 이월란 2008.08.12 235
Board Pagination Prev 1 ...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