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나비

by 이월란 posted Nov 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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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나비



이월란(2010/11)



어린 날, 곤충채집 박스 속에는
바늘에 심장이 꽂힌 엄마, 아빠, 언니, 동생이 살고 있었지요
파르르 떨리던 그들의 날개를
그만 죽어버려, 똑똑 따먹으면
살려달라는 줄 알고 나는 즐겁기도 했었지요
해가 져서 놓아주며, 멀리 멀리 날아가거라
다신 돌아오지 마
그랬는데 그들은 도로 초록 플라스틱 철창 속으로
들어와 살았더랬지요
매일 갇히는 그들은 유유히 국경을 넘고
악령의 날개가 부활 했어요 즐거운 캔디 말예요
알사탕 같은 눈들이 박힌 골목마다 사람들은
천사가 되어 문을 열어주죠
사라락, 깜찍한 악령이 날개 감추는 소리
골목을 돌아 사라져버리는 나의 피붙이를 붙들고
모퉁이로 사라지는 저 나비모양의 계집아이를 붙들고
낚아채어 그냥, 통곡하고 싶었지요, 나비처럼
악령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