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와 토비(견공시리즈 87)
이월란(2010-12)
지하실엔 엘리가 숨어 살고 있다. 덱스터와 버터가 유타와 콜로라도주를 배회하다 마침내 입양되었고, 혼자 있는 것이 죽는 것 보다 더 두렵다는 딸아이는 세 번째 고양이를 주인 몰래, 감히 또 키우며 산다. 혼자 있지를 못한다니, 인간이기를 거부한다는 것인가. 나는 언제라도 남편에게 고해바쳐 과년한 딸년과 저 엘리란 년을 내쫓을 수 있다.
집을 더럽힌다고 심심하면 닦달을 하지만 혼자 있을 엘리 때문에 늘 가슴이 쓰린 탓이다. 아무도 없을 때면 엘리를 데리고 올라와 토비랑 놀게 한다. 레슬링을 하고, 술래잡기를 하고, 달리기를 하고, 잡기를 하고, 고것들은 種이 다른 것도 잊어버리고 신나게 놀다 내 다리를 하나씩 베곤 낮잠을 자기도 한다. 다리에 쥐가 나도 깨우기가 싫다.
엘리한테 가볼까? 라고 물으면 먼저 지하실 계단으로 내려가는 토비의 가슴엔 엘리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처음엔 아기였던 엘리를 더 많이 안아주는 바람에 토비는 한동안 우울증에 울화병까지 났었다. 아래 위층의 동거를 익힌 둘은 서로의 밥과 물을 나눠먹기도 한다. 딸아인 그렇게 두면 안 된다고 기겁을 했지만 난 게의치 않는다. 어차피 섞일 수 없는 운명인데 인스턴트 콩쪼가리밥 좀 나눠먹다 또, 좀 아프면 어떠리.
그림자 두 개가 날 쫓아다니는 날은 날개가 달린 것 같다. 나란히 붙여 준 각자의 침대 위에서 마주 보며 졸고 있는 한가한 날, 나는 왜 이렇게, 너무 자주, 사람보다 짐승이 더 아름다운, 짐승 같은 인간이 되어버린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