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드 마크
이월란(2010-12)
0.7초의 공주거리만큼이나 반짝이는 순간, 돌발영상 같은 해후로도 급브레이크를 밟고 마는 뺑소니 운전자들 사이로 몸은 뒤로 쳐 박혀도 앞으로 넘어지는 얼굴은
시간이 긁어 놓은 땅에서도 매일 피어나는 꽃들 마냥, 세미한 조향장치로도 핸들이 꺾이지 않았던 그 하얀 겨울, 심장과 심장 사이, 그 윤간거리만큼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아
가드레일처럼 늘어선 타인들 앞에서 결코 전복되진 않으리라 연와포장 위로 뚝뚝 끊어져 맨발로 뛰쳐나오는 세월을 나만 비껴왔을까 현실과의 마찰계수를 줄이기 위해 우린 몇 바퀴를 돌다 미끄러졌을까
정면충돌은 요행의 일부분이기도 해서, 그저 미끄러지는 세월의 궤적이기도 해서, 가슴이 뒤집어져 구른 기억의 도로 위에서 주행속도를 추정하고 있노라면, 그 아름다운 노면에도 똑같은 비가 내리고 똑같은 눈이 내리고 있다는 것이어서, 내리막 커브 길에서는 심장이 핸들에 감기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