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머문 자리

by 이월란 posted May 3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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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머문 자리


이월란(2011-5)


그대가 머문 자리, 오늘은 꽃이 집니다
떠나고 져도 저리 눈부십니다
떠나보낸 것보다 더 찬란한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대가 머문 자리, 오늘은 비가 옵니다
씻겨 내리고 흘러 내려도
정착액에 담겨 발색된 인화지처럼
비온 뒤의 세상은 더욱
선명히 떠오르는 그리움의 사진입니다

그대가 머문 자리, 오늘은 어둠이 내립니다
기억의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귀가길
길 잃은 거리에 외등 하나 켜두듯
그대 한 사람 세워 둡니다

그대가 머문 자리, 오늘은 바람이 붑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은 보이는 것들을
흔들어야만 자신이 보입니다
휘청거릴 때마다 보이지 않는 그대가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