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by 이월란 posted May 3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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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이월란(2011-5)


변함없이 복구 중인 천재지변 속에서
화전은 잿빛이 되기도 산사태를 치르기도 했는데
눈빛이 다른 외국인들이 항구의 불빛 대신 밝아지는
간토의 바닷물이 해일처럼 덮친 후
혼모쿠 곶을 향해 잦아드는 바람처럼
엄마의 바다는 매일 노래를 불렀지
역시나 고온다습했었고
역시나 장마는 길었으며
국지성 호우가 심심하면 퍼붓던 시절
구릉에 갇힌 평지에 배가 사는 도시 하나 재건되었지
붐비는 부두의 하역장 가득 음악을 끊어 쥐고 발갛게
익어 나오는 엄마들은 하나같이 곤충의
찐득한 다리에 붙어 수정당하는 꽃가루처럼 가벼웠지
나프탈렌 냄새에 질식한 환절기의 꽃들이
곗돈 타 사들인 자개농 활짝 열어 제치고
하나 둘 축음기 위에서 피어날 때면
불법복제음반처럼 은밀해서 더욱 신비했던 요코하마, 요코하마
가을이면 상륙하는 태풍을 월남치마 가득 두르고
“거리의 불빛이 무척 아름답네요, 요꼬하마 블루라이트 요코하마
당신과 둘이 행복해요 언제나처럼 사랑의 말을
요코하마 블루라이트 요코하마 내게 주세요, 당신이“*
코맹맹이 기모노 폭으로 윗목 아랫목 지르박 밟던
엄마 무덤 위의 풀들은 아직도 바람 불 때마다
추풍령 고개 너머 너머 춤을 추고 있겠수
매일 꽃잎 지고 떨어지는 화전을 바라보며
춤바람이 아니었다면 무슨 바람 또 불었을꼬
엄마 나이로 배를 채우는 세상은 세월의 교황이 발부하는
증서처럼 매일 면죄부만 뿌리네
이제야 말인데, 엄만 그 때가 제일 이뻤었다우  



* 1970년대 일본가요 [블루라이트 요코하마] 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