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99
어제:
286
전체:
5,023,588

이달의 작가
조회 수 470 추천 수 5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날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이월란(2011-5)


우린 가끔씩 마룻바닥의 틈 사이로 숨겨진 어둠을 들여다보곤 했었지 해를 걸어 다니던 신발이 한 번씩 튕겨 들어가 나오지 않을 때면 가늘고도 긴 희망의 작대기로 끄집어내어 다시 신고 돌아다녔었지 쥐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들은 집박쥐였어 모가지에서 초음파가 나온다는, 그래서 그 반사음으로 거리를 재고 동서남북을 구별한다는

그 예민한 반향 체계를 가진 그것들에게 밤마다 잡아먹힌 나비들이 몇 마리나 되는지 몰라 그 짧고도 높은 파장의 소리로 먹이인지 장애물인지 구별한다는 건 타고난 축복 내지는 보람 없는 업적의 서막이었어 꽃박쥐가 오면 꽃이 되었고 흡혈박쥐가 오면 따끈한 피가 흐르는 짐승이 되어 주었지 그 박쥐동굴 위에서도 가슴이 뽕긋이 자라는데  

관광객 같은 타인들로부터 배인 빛의 냄새를 독침처럼 숨기며 살았지 철퍼덕, 하늘에서 떨어지는 시신을 치울 때마다 올려다 본 하늘은 하도 파랗고도 파래서 꿈이 착지한 것이라고 여길 뻔 했지 마룻바닥이라든지, 지붕 아래 천정 위라든지, 그 절묘한 공간으로부터 옮겨 붙은 공수병으로 림프샘이 퉁퉁 붓던 날은, 쥐들이 나의 몸을 밤새 뛰어다닌 아침으로 햇살을 둘둘 감고 살균하는 날

그렇게 오래도록 위독해지는 병을 아직도 다 치르지 못해 치사량 훌쩍 넘긴 어둠의 환각제를 삼키고나면 은신처들이 몸을 불리고 있지 맞아, 마루 밑에서 기어 나온 날아다니는 유일한 포유물, 파르르, 낙태되지 못한 앞다리로 밤마다 날고 있었던거야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11 영문 수필 Hawaii 이월란 2013.05.24 142
1410 영문 수필 Go Through Disability 이월란 2013.05.24 46345
1409 제3시집 언다큐멘티드 에일리언 이월란 2012.08.17 473
1408 그는 지금, 이월란 2012.08.17 398
1407 제3시집 세일즈 전화 이월란 2012.08.17 381
1406 3293 이월란 2012.08.17 345
1405 물속에서 이월란 2012.08.17 451
1404 포커 페이스 이월란 2012.08.17 534
1403 견공 시리즈 새 길 (견공시리즈 126) 이월란 2012.08.17 414
1402 견공 시리즈 기다림 4 (견공시리즈 125) 이월란 2012.08.17 270
1401 제3시집 개 같은 4 (견공시리즈 124) 이월란 2012.08.17 245
1400 영문 수필 “Savage Inequalities” 이월란 2012.08.17 211
1399 영문 수필 Why Joe Became a Criminal? 이월란 2012.08.17 19376
1398 영문 수필 “Farmingville” 이월란 2012.08.17 18700
1397 영문 수필 A Few Fragmentary Thoughts 이월란 2012.08.17 251
1396 영시 Toby’s Words 이월란 2012.08.17 387
1395 제3시집 변경 이월란 2012.05.19 324
1394 여보, 눈 열어 이월란 2012.05.19 365
1393 추격자 이월란 2012.05.19 309
1392 제3국어 이월란 2012.05.19 270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