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1
어제:
142
전체:
5,026,414

이달의 작가
2011.12.14 02:37

로또 사러 가는 길

조회 수 742 추천 수 4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로또 사러 가는 길


이월란(2011-12)


이틀 간격으로 길몽에 시달린 후
우리는 네바다 주로 달린다
요행을 바라는 것조차 불법인 유타의 신성한 길을  
두어 시간만 달리면 네온사인으로 급조된 행운의 도시
역대의 당첨자들이 꿔 놓은 승리의 레퍼토리를 되새기며
우린 서로의 간을 빼먹는다, 입맛을 다신다
파산한 가을은 바삭바삭 마른 입술을 태우고 있는데
하얀 겨울은 땅위의 모든 것을 삭제할 준비를 마쳤다

헌드러드 밀리언에서 세금 빼고 나면 식스티 파이브 밀리언
백 불짜리 지폐를 닮은 낙엽들이 자폭하고 있는데
두 입술, 검색창에 뜨는 행운아들의 세 가지 우선순위를
앵무새처럼 정확히 읊조리고 있다
부동산 매입, 재테크, 빚 청산
인간은 중세 이후로 확실한 속물이 되었다던가

넌 뭘 하고 싶니?
나는 나를 선물 하고 싶어
그립다가도 만나면 역겨워지는 사람들에게
얽매인 속세를 나누어주고 싶어
물론 나에게도 선물을 하게 되겠지
여행을 갈 때도 일등석으로 갈 것이며
가방을 살 때도 명품 한정품만 살 것이며
사치품 사들이듯 적선을 할 것이며

로또만 하다가 지금은 노숙하고 있다는 사람
(답변, 적당히 하시지)
한동안 친구가 안보이면 로또 맞아 이민 간 거라는 사람
(답변, 그 친구 지금 제 옆에 있습니다, 서울역 노숙자가)
로또 당첨자인 걸 조폭들은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다는 사람
(답변, 로또 1등하면 가르쳐 드립니다)
저 오늘 로또 1등으로 당첨됩니다 라는 신념으로 불타는 사람
(답변, 축하합니다)
모니터 속 사람들도 서로의 간을 빼먹고 있다

빙하기 때부터 매일 사들였어도 맞지 않을 확률
속물이 되지 않을 확률

가장 높은 확률
괴물이 되지 않을 확률

매일 떠나온 길들은 모두
로또 팔러 가던 길

소수의 행운보다 다수의 절망이 더욱 익숙해서
오수의 꿈처럼 돌아오는 길
이른 첫눈이 돌아오는 길을 하얗게 지우고 있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31 요가 이월란 2010.09.20 441
1330 집 속의 집 이월란 2010.07.09 441
1329 Ms. Jerilyn T. Solorzano 이월란 2010.01.29 441
1328 시가 내게 오셨다 이월란 2009.08.13 441
1327 제1시집 한글교실 이월란 2008.05.07 441
1326 제3시집 화성인 이월란 2011.01.30 440
1325 영시집 A Wheelchair and an Equation 이월란 2010.05.02 440
1324 통싯간 이월란 2010.01.13 440
1323 허아비 이월란 2008.05.09 440
1322 영문 수필 Semiotic Comparison between Saussure and Bakhtin 이월란 2014.05.28 438
1321 당신 때문에 꽃이 핍니다 이월란 2012.01.17 438
1320 견공 시리즈 노래하는 똥(견공시리즈 84) 이월란 2010.11.24 438
1319 견공 시리즈 제3자의 착각(견공시리즈 83) 이월란 2010.10.29 438
1318 견공 시리즈 씹어야 맛(견공시리즈 112) 이월란 2011.10.24 437
1317 P.O.W. 이월란 2010.04.27 436
1316 사루비아 이월란 2010.02.28 436
1315 그들은 이월란 2008.05.08 436
1314 식기 세척기 이월란 2010.06.12 435
1313 나와 사랑에 빠지기 이월란 2010.04.13 435
1312 호스피스의 유서 이월란 2010.03.22 435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