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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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1.12.14 02:37

로또 사러 가는 길

조회 수 728 추천 수 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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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사러 가는 길


이월란(2011-12)


이틀 간격으로 길몽에 시달린 후
우리는 네바다 주로 달린다
요행을 바라는 것조차 불법인 유타의 신성한 길을  
두어 시간만 달리면 네온사인으로 급조된 행운의 도시
역대의 당첨자들이 꿔 놓은 승리의 레퍼토리를 되새기며
우린 서로의 간을 빼먹는다, 입맛을 다신다
파산한 가을은 바삭바삭 마른 입술을 태우고 있는데
하얀 겨울은 땅위의 모든 것을 삭제할 준비를 마쳤다

헌드러드 밀리언에서 세금 빼고 나면 식스티 파이브 밀리언
백 불짜리 지폐를 닮은 낙엽들이 자폭하고 있는데
두 입술, 검색창에 뜨는 행운아들의 세 가지 우선순위를
앵무새처럼 정확히 읊조리고 있다
부동산 매입, 재테크, 빚 청산
인간은 중세 이후로 확실한 속물이 되었다던가

넌 뭘 하고 싶니?
나는 나를 선물 하고 싶어
그립다가도 만나면 역겨워지는 사람들에게
얽매인 속세를 나누어주고 싶어
물론 나에게도 선물을 하게 되겠지
여행을 갈 때도 일등석으로 갈 것이며
가방을 살 때도 명품 한정품만 살 것이며
사치품 사들이듯 적선을 할 것이며

로또만 하다가 지금은 노숙하고 있다는 사람
(답변, 적당히 하시지)
한동안 친구가 안보이면 로또 맞아 이민 간 거라는 사람
(답변, 그 친구 지금 제 옆에 있습니다, 서울역 노숙자가)
로또 당첨자인 걸 조폭들은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다는 사람
(답변, 로또 1등하면 가르쳐 드립니다)
저 오늘 로또 1등으로 당첨됩니다 라는 신념으로 불타는 사람
(답변, 축하합니다)
모니터 속 사람들도 서로의 간을 빼먹고 있다

빙하기 때부터 매일 사들였어도 맞지 않을 확률
속물이 되지 않을 확률

가장 높은 확률
괴물이 되지 않을 확률

매일 떠나온 길들은 모두
로또 팔러 가던 길

소수의 행운보다 다수의 절망이 더욱 익숙해서
오수의 꿈처럼 돌아오는 길
이른 첫눈이 돌아오는 길을 하얗게 지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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