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47
어제:
206
전체:
5,030,662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1.12.14 02:38

복사기

조회 수 337 추천 수 5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복사기


이월란(2011-12)


한 번씩
분실 우려가 있거나 파기될 위험이 느껴질 때마다
서로를 복사한다
맞춤법 검사를 마치지 못한 입술과
공개되지 못한 파일로 잠긴 가슴과
서로를 뚫고 내쳐 달리던 네 다리를 포개어
서로의 저작권을 침해 한다
아래위로, 때론 좌우로 베껴 둔 디스켓들은
모기가 옮기는 뇌염처럼 전염되었을까
오래된 노비 문서처럼 말소되었을까
셋집 옮기듯 처소를 바꾸었을까
원본보다 좀 더 그럴듯하게 번역되었을까
소프트웨어처럼 충분히 업그레이드되기를
한 때 꿈꾸기도 했지만
감광막 위에 찍어 눌러 오랫동안 보존되기를 원하는
영상처럼 밤새 인화된 넋으로
사기 치듯 열리는 신비한 아침의 행각
팩시밀리처럼 전송된 서로의 암호는
토너 분말처럼 떠다니는 빛의 입자 사이로
필사된 영혼만 애달프다
임대 받은 전자기기처럼 소음이 늘어가도
A4 용지 가득 출력시킨 세월의 흔적은 읽을 수가 없어
해리성 기억상실에 걸려버린 이면지처럼
남아 있는 서로의 등
황금비의 규격으로 여전히, 눈부시게 남아 있는
저 여백을 뒤집으면
아무것도 내장되어 있지 않는
너와 나의 복제된 가슴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11 이브의 사과 이월란 2009.10.29 477
810 손끝에 달리는 詩 이월란 2009.10.29 374
809 수목장 이월란 2009.10.24 363
808 인생에는 포즈가 없다 이월란 2009.10.24 334
807 눈물 축제 이월란 2009.10.24 292
806 바람의 교주 이월란 2009.10.24 275
805 유명견 담비(견공시리즈 45) 이월란 2009.10.24 453
804 제3시집 할로윈 이월란 2009.10.21 309
803 바람에 대한 오해 이월란 2009.10.21 477
802 귀도(歸島) 이월란 2009.10.21 305
801 견공 시리즈 단벌신사(견공시리즈 44) 이월란 2009.10.21 322
800 복사본 이월란 2009.10.21 286
799 O. 헨리의 별 이월란 2009.10.17 334
798 카멜레온 이월란 2009.10.17 269
797 애설(愛雪) 이월란 2009.10.17 402
796 피카소 안경 이월란 2009.10.14 497
795 증언 3------구시대의 마지막 여인 이월란 2009.10.14 395
794 화양연화(花樣年華) 이월란 2009.10.14 330
793 견공 시리즈 휘파람(견공시리즈 43) 이월란 2009.10.14 458
792 견공 시리즈 개같은2(견공시리즈 42) 이월란 2009.10.14 292
Board Pagination Prev 1 ...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