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2
어제:
244
전체:
5,027,352

이달의 작가
2012.02.05 10:28

빛의 판례

조회 수 420 추천 수 6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빛의 판례


이월란(2012-2)


키보드 위에 빛이 강림하셨습니다
변기 속보다 많다는 세균들을 박멸하고 계십니다
투명망토를 쓰고 날아다니던 먼지들을 처단하고 계십니다
세세히 헤아려지는 먼지 위로 투박한 손끝을 대면
조악한 지문마저 감식 당합니다
희끗희끗 불투명해진 날개들로 난잡해진
모니터의 유리질이 더욱 이물스러워질 즈음
사타구니까지 벌리고 대물렌즈 위에 벌렁 드러눕던
강아지의 자해하던 습성이 옵니다
반사경에 눈이 부신 햇빛정책 아래
오래된 코트를 벗어던진 누드처럼
고배율로 확대된 시료들은
엑스선으로 들여다보는 뼛속처럼 시립니다
골질의 치부까지 고정관념으로 정설화된 육안의 결과는
광선의 다발 아래 상을 맺던 접안렌즈 위에서
조직의 표본으로 핀셋에 잡히는 활자들일 뿐입니다
프레파라트 위의 공기방울 속에서 숨을 쉬다 곧 사라집니다
직사광선을 피하고 손을 청결히 하십시오
(증거가 남지 않는 완전범죄를 꿈꾸십시오)
관찰 후에는 저배율로 고정시켜 보관하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확대 해석된 모든 현상들은 허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두 렌즈 사이에 거울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좌우가 뒤바뀌는 인식의 체계를 기억하십시오)
식당의 자외선 소독기처럼 우리는 의심 없이 먹고 마십니다

허상과 실상의 경계가 허물어집니다, 눈부시게 반짝입니다
빛의 심판은 곧 거두어지게 마련입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71 다녀간 사람들 이월란 2008.05.10 368
1370 나의 사람아 이월란 2008.05.10 361
1369 단풍 이월란 2008.05.10 253
1368 단풍 2 이월란 2008.05.10 267
1367 밑줄 이월란 2008.05.10 270
1366 페치가의 계절 이월란 2008.05.10 253
1365 눈부셔 눈부셔 이월란 2008.05.10 245
1364 내 당신을 이월란 2008.05.10 232
1363 어떤 기다림 이월란 2008.05.10 216
1362 왕따 이월란 2008.05.10 241
1361 손목에서 맥박처럼 뛰고 있는데 이월란 2008.05.10 362
1360 미리내 이월란 2008.05.10 234
1359 같이 이월란 2008.05.10 220
1358 꽃물 이월란 2008.05.10 266
1357 귀로 이월란 2008.05.10 280
1356 상사 (相思) 이월란 2008.05.10 250
1355 고별, 낙엽의 마지막 춤 이월란 2008.05.10 308
1354 나의 집 이월란 2008.05.10 258
1353 왜 당신입니까 이월란 2008.05.10 247
1352 사나운 일진(日辰) 이월란 2008.05.10 280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