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10
어제:
298
전체:
5,023,997

이달의 작가
2012.02.05 10:28

빛의 판례

조회 수 420 추천 수 6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빛의 판례


이월란(2012-2)


키보드 위에 빛이 강림하셨습니다
변기 속보다 많다는 세균들을 박멸하고 계십니다
투명망토를 쓰고 날아다니던 먼지들을 처단하고 계십니다
세세히 헤아려지는 먼지 위로 투박한 손끝을 대면
조악한 지문마저 감식 당합니다
희끗희끗 불투명해진 날개들로 난잡해진
모니터의 유리질이 더욱 이물스러워질 즈음
사타구니까지 벌리고 대물렌즈 위에 벌렁 드러눕던
강아지의 자해하던 습성이 옵니다
반사경에 눈이 부신 햇빛정책 아래
오래된 코트를 벗어던진 누드처럼
고배율로 확대된 시료들은
엑스선으로 들여다보는 뼛속처럼 시립니다
골질의 치부까지 고정관념으로 정설화된 육안의 결과는
광선의 다발 아래 상을 맺던 접안렌즈 위에서
조직의 표본으로 핀셋에 잡히는 활자들일 뿐입니다
프레파라트 위의 공기방울 속에서 숨을 쉬다 곧 사라집니다
직사광선을 피하고 손을 청결히 하십시오
(증거가 남지 않는 완전범죄를 꿈꾸십시오)
관찰 후에는 저배율로 고정시켜 보관하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확대 해석된 모든 현상들은 허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두 렌즈 사이에 거울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좌우가 뒤바뀌는 인식의 체계를 기억하십시오)
식당의 자외선 소독기처럼 우리는 의심 없이 먹고 마십니다

허상과 실상의 경계가 허물어집니다, 눈부시게 반짝입니다
빛의 심판은 곧 거두어지게 마련입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11 레드 벨벳 케잌 이월란 2010.10.29 715
710 라일라* 이월란 2008.12.19 253
709 라식 이월란 2009.02.03 269
708 수필 라스트 노트 이월란 2009.09.04 794
707 뜨거운 기억 이월란 2009.03.21 253
706 견공 시리즈 뛰어다니는 백지(견공시리즈 9) 이월란 2009.08.01 312
705 똥파리 이월란 2009.06.17 328
704 똥개시인 이월란 2009.04.07 254
703 또 하나의 얼굴 이월란 2008.05.08 414
702 떠난다는 것 이월란 2011.09.09 268
701 떠 보기 이월란 2011.12.14 254
700 땅을 헤엄치다 이월란 2014.10.22 205
699 딸기방귀 이월란 2010.04.05 455
698 디카 속 노을 이월란 2009.07.27 297
697 디아스포라의 바다 이월란 2008.09.06 219
696 디스토마 이월란 2009.08.06 312
695 제2시집 등라(藤蘿) 이월란 2008.05.10 343
694 등 굽은 여자 이월란 2008.05.10 360
693 제1시집 들꽃 이월란 2008.05.09 304
692 뒷모습 이월란 2008.05.09 380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