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
어제:
134
전체:
4,974,397

이달의 작가
2014.06.14 04:52

금단의 열매

조회 수 512 추천 수 5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금단의 열매


이월란 (2014-6)


서울 간 언니가 사다 놓은 냉장고 위의 바나나는
퇴근하는 아버지만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의 장바구니가 결코 흉내 낼 수 없었던
노란 정글의 맛
밀림 속 원숭이가 되어 휙휙 날아다니던
유년의 기억이 입맛을 다시면
더 이상 열대의 과육이 아닌
더 이상 씨 없는 과실이 아닌
애석해져버린 혀끝의 농간

울창해진 미각의 숲 속에서도
아침마다 노란 정글을 따먹는 남편은
비비의 긴 손가락으로 껍질을 벗기며
협박한다, 먹지 않을 거면 내 것만 살 거야
일주일에 일곱 개씩만
썩어서 버리는 건 지나간 세월만으로도 충분해

이제 난 저 열매를 가질 수 없다
하나라도 먹었다간
바나나보다 더 빨리 시드는 남편의 하루가 날아간다

냉장고 위로 기어오르던 원숭이가 떨어져 내리고
정글로 돌아 가버린 저 싱거운 맛이
아담과 이브의 사과보다 더 오래된 열망이
또 농간을 부리고 있다
알뜰한 당신 너머로 침이 고인다
?

  1. "She Loves Me"

  2. The Work of Art in the Age of Mechanical Reproduction

  3. The Korean “Goose Families”

  4. The Chaos in "Babel"

  5. “Borderlands and Identities”

  6. Cajun or Creole?

  7. Interview Paper

  8. Eating Food, Eating Love

  9. Burning Bangkok in Frozen Park City

  10. Where is the Interpreter "In the Penal Colony"?

  11. 땅을 헤엄치다

  12. 빈집

  13. 요가

  14. 처서

  15. 바람이었나

  16. 통곡의 벽

  17. 불면증

  18. 금단의 열매

  19. 침묵 (견공시리즈 127)

  20. "Beauty and the Beast "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