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8
어제:
184
전체:
5,020,673

이달의 작가
2014.06.14 04:52

금단의 열매

조회 수 538 추천 수 5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금단의 열매


이월란 (2014-6)


서울 간 언니가 사다 놓은 냉장고 위의 바나나는
퇴근하는 아버지만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의 장바구니가 결코 흉내 낼 수 없었던
노란 정글의 맛
밀림 속 원숭이가 되어 휙휙 날아다니던
유년의 기억이 입맛을 다시면
더 이상 열대의 과육이 아닌
더 이상 씨 없는 과실이 아닌
애석해져버린 혀끝의 농간

울창해진 미각의 숲 속에서도
아침마다 노란 정글을 따먹는 남편은
비비의 긴 손가락으로 껍질을 벗기며
협박한다, 먹지 않을 거면 내 것만 살 거야
일주일에 일곱 개씩만
썩어서 버리는 건 지나간 세월만으로도 충분해

이제 난 저 열매를 가질 수 없다
하나라도 먹었다간
바나나보다 더 빨리 시드는 남편의 하루가 날아간다

냉장고 위로 기어오르던 원숭이가 떨어져 내리고
정글로 돌아 가버린 저 싱거운 맛이
아담과 이브의 사과보다 더 오래된 열망이
또 농간을 부리고 있다
알뜰한 당신 너머로 침이 고인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11 제1시집 길손 이월란 2008.05.09 321
1510 제1시집 무정물(無情物) 이월란 2008.05.09 349
1509 제1시집 시나위 이월란 2008.05.09 388
1508 난지도 사랑 이월란 2008.05.09 306
1507 제1시집 실낙원 이월란 2008.05.09 359
1506 제1시집 플라네타륨의 꽃 이월란 2008.05.09 294
1505 그림자 밟기 이월란 2008.05.09 307
1504 회향(懷鄕) 이월란 2008.05.09 299
1503 숙명 이월란 2008.05.09 270
1502 그대 내게 있음에 이월란 2008.05.09 303
1501 간장종지 이월란 2008.05.09 322
1500 이혼병(離魂病) 이월란 2008.05.09 292
1499 회유(回游) 이월란 2008.05.09 313
1498 봄비 이월란 2008.05.09 288
1497 비꽃 이월란 2008.05.09 475
1496 제1시집 사진 이월란 2008.05.09 290
1495 만남 이월란 2008.05.09 291
1494 Sunshine State 이월란 2008.05.09 365
1493 제1시집 페인트 칠하는 남자 이월란 2008.05.09 344
1492 기다림 이월란 2008.05.09 328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