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었나 이월란(2014-8) 흔들리지도 않았는데 가볍지도 않았는데 중세의 그림처럼 암울했던 배경 너머 천연두의 발진처럼 곪아 터지던 꽃들이 있었다 손보다 발보다 먼저 달려가 있던 가슴을 매번 놓고 왔던 그 자리에 낯선 이들이 무심히 무리지어 사라지고 매일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선다 껍질처럼 벗겨진 허물만이 걸어간다 무거운 것이 툭, 떨어진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