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2.06 22:24

장태숙 조회 수:361 추천:37

이쯤와서 뒤돌아보네
주춤거리던 내가
망연히 서서 나를 보네
한때 바다를 꿈꾸며 들끓던 열병
손수건 만한 옹달샘 하나 만들지 못하고
꽃들 여러 번 피었다 져도
영혼이 스쳐 간 자리에는 잡풀만 무성하네
나의 길은
가늘고,
가볍고,
쓸쓸하네
남은 길이 살아 온 날들의 떨림을 껴안고
야위는데
미안하게도 나는 처방을 모르네
내 안에서 울고있는 길들
위태롭게 버티고 있던 결핍들을
무장무장 쏟아내며 부끄럽게 엎드리네
뒤척이는 길의 옆구리를 쓰다듬는
내 미망 속 언어들의 공백
희미한 가로등 불빛도 없는
인식의 등 너머에서
구겨진 생을 다림질하는 그 길
딛고 서는 바람의 흰 뼈 속에는
비 냄새 가득하네

- 우이시 1월호(2003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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