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2003.02.07 11:03

장태숙 조회 수:300 추천:31

꼬박
밤새운 날
새벽은 혼란 속 어둠의 끝
내 안에서 밖으로 걸어 나오는 일이다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보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한
헝클어진 세상의 뒤편
가린 휘장 속 편안은
열려오는 새벽하늘 서늘한 눈매에
불현듯 무너진다

하루,
어둠의 옷 사르르 벗고
알몸으로 불쑥 물위에 떠오르듯
묻혀있던 것들이 천진한 얼굴로 다가서면
깊은 터널 같은 한 생애에도
향기가 번지고
나를 바라보는 나의
달콤한 통증이 힘들다

해맑은 햇살이 아침을 열 듯
이 새벽 또 다른 시작을
나, 꿈꿀 수 있을까?

제 무게에 겨워 슬픈 눈빛으로 흔들리는
유칼립투스 나무
그 밑을 천천히 걸어 보는 일
발끝마다 간절히 힘주어 보는 것은
눈물 글썽이는 이승의 생
그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 우이시 10월호(200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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