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살구나무와 비

2003.02.08 16:35

장태숙 조회 수:296 추천:41

하루종일 그대
내 곁에서 머물고
나는 여린 불꽃 뚝뚝 저미어 날립니다
노란 불덩이
뜨거운 마음 내려놓는
눈빛 환한 그 격렬함을
당신은 안개의 속살처럼 어루만지고
수척한 바람이 지나가는
말간 가슴 속
아직 놓지 못한 마음들이
노랗게 지글대면
힘겨운 땀방울인 듯
송송 돋아나는 슬픔들
켜켜로 두꺼워져
빈가지 늘어가는 쓸쓸함에도
맑아서 서러운 생각들
뻐근하도록 쌓이지만
조용한 눈빛으로 촉촉이 쓰다듬는
그대, 시의 영혼 같은 당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는 듯
고개 끄덕이며
오래 된 습관처럼
낮게, 나직이 숨을 고르는


- 우이시 12월호(200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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