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2003.03.05 15:44
정전(停電)
순간,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정지된 듯한 침묵
컴퓨터가 사살되고
TV가 사라지고
전등불빛이 지워졌다
호흡이 빠져나가는 아득한 소리
공중에서 펄럭이던 손끝은 더욱 깜깜하고
처음 걸음마를 배우던 기억 더듬어
성냥을 찾아가는 위태로운 시간
한 생애 그렇게 살았던 듯 싶은데
겨우 성냥불 그어 촛불 하나 밝힌 듯 싶은데
나는 아직 어둡고
깊은 어둠을 벗어나지 못한 어둠
그 속에서 번뜩이는 갈증의 눈동자가 뜨겁다
보이지 않아도 보는 것과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것
세상이 다 그렇듯
나의 한 생이 그렇듯
달콤한 늪처럼 갈 앉는 어둠에
흡수된 나를 불러 앉히는
고독한 적막
기다림은
떠난 순간부터 시작되는 거라고 수군거리며
한껏 부풀어올라
내 안에 암울한 그리움을 만들지만
비켜서지 못하는 절박함은
눈물꽃 같은 별들
하나, 둘......
피우기 시작한다.
순간,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정지된 듯한 침묵
컴퓨터가 사살되고
TV가 사라지고
전등불빛이 지워졌다
호흡이 빠져나가는 아득한 소리
공중에서 펄럭이던 손끝은 더욱 깜깜하고
처음 걸음마를 배우던 기억 더듬어
성냥을 찾아가는 위태로운 시간
한 생애 그렇게 살았던 듯 싶은데
겨우 성냥불 그어 촛불 하나 밝힌 듯 싶은데
나는 아직 어둡고
깊은 어둠을 벗어나지 못한 어둠
그 속에서 번뜩이는 갈증의 눈동자가 뜨겁다
보이지 않아도 보는 것과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것
세상이 다 그렇듯
나의 한 생이 그렇듯
달콤한 늪처럼 갈 앉는 어둠에
흡수된 나를 불러 앉히는
고독한 적막
기다림은
떠난 순간부터 시작되는 거라고 수군거리며
한껏 부풀어올라
내 안에 암울한 그리움을 만들지만
비켜서지 못하는 절박함은
눈물꽃 같은 별들
하나, 둘......
피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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