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꽃들 일제히 나를 보았네
2003.05.06 01:33
그날,
돌계단 올라섰을 때
양 옆 진달래꽃들 일제히 나를 보았네
살랑살랑 여린 입술들이
그 여린 입술들이
무얼 말하듯 엷게 웃었는데
무심코 가슴이 저렸네
떨리는 적갈색 실 다리 때문이 아니라네
텅 빈 겨울 건너 온
그 옛날 빨치산 공비 때문이 아니라네
시린 눈길이 내게 닿을 때마다
상처 하나씩 깊이 패이곤 했는데
종로 입구 봉쇄한 전경버스
피해 올라 간 북악 스카이웨이
철책너머에도
그들이 일제히 나를 보았네
유년이라 말할 수 없을 때의 아픔이
송두리째 눈을 찔렀네
가슴으로 알 수 없는 뜨거움이
가득가득 차 오르는데
꽃 집어먹던 바람은
몸밖으로 꽃물 뚝뚝 흘리고 있었네
- 우이시 5월호 (2003년) -
돌계단 올라섰을 때
양 옆 진달래꽃들 일제히 나를 보았네
살랑살랑 여린 입술들이
그 여린 입술들이
무얼 말하듯 엷게 웃었는데
무심코 가슴이 저렸네
떨리는 적갈색 실 다리 때문이 아니라네
텅 빈 겨울 건너 온
그 옛날 빨치산 공비 때문이 아니라네
시린 눈길이 내게 닿을 때마다
상처 하나씩 깊이 패이곤 했는데
종로 입구 봉쇄한 전경버스
피해 올라 간 북악 스카이웨이
철책너머에도
그들이 일제히 나를 보았네
유년이라 말할 수 없을 때의 아픔이
송두리째 눈을 찔렀네
가슴으로 알 수 없는 뜨거움이
가득가득 차 오르는데
꽃 집어먹던 바람은
몸밖으로 꽃물 뚝뚝 흘리고 있었네
- 우이시 5월호 (2003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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