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2003.06.17 04:10

장태숙 조회 수:358 추천:27

그곳에는
빛을 차단한
도시의 굴절된 삶이 걸레처럼 웅크리고 있다

4차선 차량들이 부산히 오가는
도심 어둔 터널 한 켠
두꺼운 소음 이불처럼 겹겹이 덮고
시신인 듯 누워 잠든 저 지상의 평안
뒤척일 때마다 마른 뼈 부딪치는 소리
제 속살들 쪼아대면
꽃처럼 피어나는 실핏줄
마음의 얼룩을 숨긴 수많은 차들이
홍수 난 강물처럼 옆구리 스쳐갈 때
무심히, 무심히 우주의 어느 별에서
무지개를 쌓고 있을 영혼들

어둔 그늘 속
아픈 생애 하나가 의식 밖으로 걸어 나가면
맑은 시냇물 한 가닥쯤 손금 타고 흐를까?
환한 햇살 한 모금쯤 눈동자에 일렁일까?
오늘 햇볕 유난히 따사로운데

- 우이시 6월호(2003년), 미주문학 2003년 여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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