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

2003.06.27 14:24

장태숙 조회 수:386 추천:25

풍차
-팜스프링스-


바람개비
어린 날의 골목길 누비며
온 몸으로 일궈내던 바람의 기포들
먼 시간으로 날아가는 빛살 눈부시고
날개 끝에 매달린 수 만개 바람의 실오라기들
까르르 웃어젖히듯 돌아가던 바람개비
초록 땀방울 싱싱한 풀잎 위에 얹히던 날에는
바람을 깨우는 바람개비였을까? 나는.

사막을 움켜 쥔 내 발톱의 기억
선인장처럼 큰 키 곧추세우고
방울뱀 갈라진 혓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국어와
전갈의 치켜 올라간 꼬리가 스치는 쓰라림
내 종아리 수없이 건너가는 동안
발꿈치 높이 들고 하늘의 구름을 건져냈다
살아남기 위해.
생존의 내 작은 그늘조차 무거워
전신에 그렁그렁 울음소리 맺힐 때
심연 속으로 가득가득 쌓여지던 흙먼지,
모래바람, 그리고 돌멩이들...
한꺼번에 뱉어내고 싶을 때 나는 돈다
물기 쪽 뽑아내는 탈수기처럼 나는 돈다


- 우이시 6월호(2003년), 미주 한국일보 6월24일(2003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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