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은 무엇으로 버틸까?
2003.08.12 18:56
창을 열자
온 몸으로 쏟아지는 푸른 잎사귀들
송두리째 들어온다
바닷물 출렁이는 녹음 창창한 섬이다
수 백년 반복된 삶에도
단단히 균형 잃지 않은 저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오래 된 새둥지 팔뚝에 얹고 있다
낡아서 너덜너덜해 진 기억들로 가득한 새둥지
위태롭다
버려진 것에는 끝없이 채워 질 희망이
저 홀로 눈을 뜬다
나무는 향기 같은 통증
그 어디에도 감추지 못했다
창을 열자
내 속눈썹 밀치고 들어서는 푸른 잎사귀들
물결에 흔들리는 녹음 창창한 섬이다
새소리 지나 간 발자국으로 촘촘히 떠서
뻐근히 바라본다
두 팔 내밀어 끌어안고 싶었지만
가슴에는 담기지 않고
차르르 차르르
파도울음 같은 바람소리 낸다
저 쓸쓸한 바람마저 없었다면
기나 긴 세월 무엇으로 버텼을까?
내 평평하지 못한 심사는
일상의 소매 끝자락에도 넘어지고
가장 낮은 곳에서도 가벼이 부서진다
나무는 내게로 들어 왔지만 (그렇다고 생각했다)
나는 적셔지지 않았다
사실은
나무도 제자리에 머물면서
무심히 이쪽을 바라봤을 뿐이다
- 2003년 우이시 8월호 -
온 몸으로 쏟아지는 푸른 잎사귀들
송두리째 들어온다
바닷물 출렁이는 녹음 창창한 섬이다
수 백년 반복된 삶에도
단단히 균형 잃지 않은 저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오래 된 새둥지 팔뚝에 얹고 있다
낡아서 너덜너덜해 진 기억들로 가득한 새둥지
위태롭다
버려진 것에는 끝없이 채워 질 희망이
저 홀로 눈을 뜬다
나무는 향기 같은 통증
그 어디에도 감추지 못했다
창을 열자
내 속눈썹 밀치고 들어서는 푸른 잎사귀들
물결에 흔들리는 녹음 창창한 섬이다
새소리 지나 간 발자국으로 촘촘히 떠서
뻐근히 바라본다
두 팔 내밀어 끌어안고 싶었지만
가슴에는 담기지 않고
차르르 차르르
파도울음 같은 바람소리 낸다
저 쓸쓸한 바람마저 없었다면
기나 긴 세월 무엇으로 버텼을까?
내 평평하지 못한 심사는
일상의 소매 끝자락에도 넘어지고
가장 낮은 곳에서도 가벼이 부서진다
나무는 내게로 들어 왔지만 (그렇다고 생각했다)
나는 적셔지지 않았다
사실은
나무도 제자리에 머물면서
무심히 이쪽을 바라봤을 뿐이다
- 2003년 우이시 8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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